와인터널 말고, 영동의 진짜 로컬 여행지를 찾는다면?
충청북도 영동은 ‘와인터널’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너머에는 지역 주민들만 알고 있는 조용하고 감성 가득한 로컬 명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현지의 진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관광버스가 멈추지 않는 골목, 인스타그램에는 자주 올라오지 않는 풍경,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영동 와인터널 말고’ 꼭 가봐야 할 영동의 로컬 여행지를 네 곳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각 장소는 자연, 문화, 풍경, 일상이라는 테마 속에서 영동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오롯이 담고 있다. 틀에 박힌 관광지를 벗어나 진짜 영동을 만나고 싶다면, 이 여행기가 그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심천면 고당마을, 시간이 멈춘 듯한 돌담길의 감성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는 외부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산골 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을 걸어보면 누구나 '여긴 뭔가 다르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고당마을의 중심에는 오래된 돌담길이 펼쳐져 있고, 돌담 너머로 보이는 초가지붕과 한옥 지붕들이 조화를 이룬다. 이 돌담길은 100년 가까운 세월을 버티며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숨 쉬어온 길이다. 관광지로 꾸며진 것이 아니라, 현재도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생활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가을이면 이 돌담길 옆으로 감나무와 국화가 피고, 길 위로는 낙엽이 한 장씩 내려앉는다. 간간히 들리는 강아지 짖는 소리와 장독대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는 마치 오래된 한국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마을 어귀에는 작은 정자와 연못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도 좋고, 가끔 마주치는 어르신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 한 마디가 이 여행의 진짜 묘미가 된다. 누군가가 다듬어놓은 풍경이 아닌,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로컬의 감성을 찾는다면 고당마을은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다.
가곡면 계곡 따라 걷는 ‘용화천 옛길’의 고즈넉한 여운
영동 가곡면에는 용화천이라는 조용한 하천이 흐른다. 이 하천을 따라 조성된 ‘용화천 옛길’은 말 그대로 오래된 길을 복원한 산책로인데, 관광객들에게는 거의 노출되지 않은 로컬 산책 코스다.
용화천 옛길은 강과 나무, 바위가 조화를 이루는 조용한 자연 산책길로, 특별한 편의시설이나 인공 조형물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유지되어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낙엽 쌓인 흙길, 오래된 돌다리, 그리고 계곡물 위로 흘러가는 햇살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주말에도 사람들이 거의 없어, 조용히 사색하거나 자연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최적의 장소다. 특히 새벽 시간에 이 길을 걸으면 안개 낀 계곡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와 새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도시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평온함을 선물한다.
길 중간에는 지역 주민들이 놓아둔 작은 평상이나 정자가 있어 쉬어가기 좋으며, 여름에는 발을 담글 수 있는 얕은 물가도 있다. 자연 속에서 걷고, 들숨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나만의 속도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이 길은, 단연 영동의 숨겨진 보물 중 하나다.
영동 재래시장 골목, 사라져가는 옛 정취와 먹거리의 천국
영동읍 중심에 위치한 영동 재래시장은 그 자체로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다. 관광지로서의 화려함은 없지만, 그 안에는 영동 사람들의 진짜 삶과 숨결이 담겨 있다.
시장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조용한 평일 오후에도 채소를 다듬는 할머니, 메밀전병을 굽는 노부부, 정육점 앞에서 인사를 나누는 상인들이 이어져 있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먹거리다. 가게 이름도 없는 작은 분식집에서 파는 국수, 3천 원짜리 어묵탕, 기름에 지글지글 부쳐지는 전들이 따뜻한 기운과 함께 추억을 소환한다.
시장 안쪽에 자리한 **‘다슬기 해장국집’**은 현지인들이 아침식사로 즐겨 찾는 숨은 맛집이다. 뚝배기에 담긴 진한 육수와 구수한 들깨 향은 영동 지역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 문화를 잘 보여준다.
또한 매달 5일장에는 지역 농산물과 특산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이때 방문하면 평소보다 더 활기찬 로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고향의 정취, 사람 냄새, 그리고 식당 문을 나설 때 건네받는 따뜻한 인사말 한 마디까지. 영동 재래시장 골목은 진정한 여행의 맛을 경험하게 해준다.
학산면 밤재고개 전망대, 영동을 내려다보는 조용한 뷰포인트
학산면에 위치한 밤재고개는 지역 주민들이 운동 삼아 자주 찾는 곳이지만, 외지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동의 절경 포인트다. 해발 300미터 남짓한 낮은 고개지만, 정상에 오르면 영동 시내와 포도밭, 논밭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특히 가을철에 이곳을 찾으면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과 황금빛 들판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전망대는 작고 소박하지만, 그곳에 서서 아래를 바라보면 마치 도시와는 분리된 고요한 세상이 펼쳐진다.
밤재고개는 일몰 명소이기도 하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서쪽 하늘로 붉은 빛이 퍼지고, 낮게 드리운 산 그림자 사이로 영동의 시골 마을이 은은하게 빛난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도 그리 힘들지 않아 도보로 15~20분이면 도착 가능하며, 중간중간 데크와 벤치도 마련되어 있어 휴식을 취하며 오를 수 있다. 관광객의 발길이 드문 만큼 조용하고 한적해, 자연과 단둘이 있는 듯한 평온함이 느껴진다.
야경도 놓칠 수 없다. 해가 진 후, 멀리 보이는 마을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며 만들어내는 아늑한 풍경은 사진보다 마음에 오래 남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짜 여행의 여운을 남기는 곳. 밤재고개는 그런 장소다.
✅ 마무리하며
영동은 와인터널 하나로만 정의되기엔 너무나 다양한 매력을 가진 지역이다. 조용한 돌담길, 잊힌 산책로, 따뜻한 시장 골목, 그리고 이름 없는 전망대까지. 이 모든 공간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여행자에게 로컬의 진짜 온도를 전한다.
와인터널이 관광지라면, 위에 소개한 장소들은 ‘일상’이라는 이름의 여행지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 멈춰 서서, 천천히 걷고,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영동의 진짜 여행지들을 직접 만나보길 바란다.
'지방 소도시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고창 청보리밭 시즌 아닌 시기에 가면 좋은 이유 (0) | 2025.10.29 |
|---|---|
| 정선 5일장 구석구석 탐방기 (0) | 2025.10.29 |
| 무안군 해질녘 풍경 명소 드라이브의 감성 (1) | 2025.10.28 |
| 보성 시골역 주변 걷기 좋은 길 (0) | 2025.10.13 |
| 주말 힐링 여행 강원 정선 소도시 하루 코스 (0) | 2025.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