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매운고추축제 외 가볼만한 곳 청양 스팟 3곳 중 충청남도 청양은 ‘청양고추’라는 강렬한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매년 여름 열리는 청양 매운고추축제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지역의 대표적인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청양은 매운 맛만 있는 곳이 아니다. 축제가 끝난 후의 청양은 조용하고 깊은 매력을 지닌 장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으며, 오히려 그런 비관광지들이 진짜 청양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번 글에서는 ‘청양 매운고추축제 외에 가볼만한 조용한 청양 스팟’ 세 곳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자연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고요한 길, 그리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풍경 속에 머물 수 있는 공간들이다. 소리 없이 마음을 흔드는 청양의 또 다른 모습을 지금부터 함께 탐방해보자.

고운식물원, 청양에서 만나는 사계절 식물의 힐링 공간
청양 정산면 천장리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방문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공간, 고운식물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국내 최초의 민간식물원으로, 식물학자인 고(故) 최기철 박사가 20여 년간 정성을 들여 가꾼 장소다.
고운식물원은 단순히 꽃이나 나무를 감상하는 곳이 아니다. 총 16만 평이 넘는 넓은 부지에 다양한 식물 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각각의 식물 구역은 ‘약용식물원’, ‘수생식물원’, ‘암석원’ 등 테마별로 구성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가 아니다 보니, 주말에도 한적하게 산책을 즐기기 좋은 분위기를 자랑한다.
계절별로 피어나는 꽃과 단풍, 그리고 겨울철의 설경까지 모든 시기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식물원 전체를 물들이며, 마치 작은 숲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식물원 내에 자리한 작은 야외 쉼터와 연못, 그리고 벤치들은 자연 속에서 독서를 하거나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한 고운식물원의 아름다움은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는 힘이 있다.
칠갑호 산책로, 호수 따라 걷는 조용한 사색의 길
청양군 대치면에 위치한 칠갑호는 청양을 대표하는 인공호수로, 한적한 드라이브 코스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에는 단순히 차로 둘러보는 것 이상의 매력이 있다. 바로 칠갑호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다.
이 산책로는 크게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지역 주민들과 일부 자연을 사랑하는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청양에서 가장 조용한 길’로 통한다. 평탄한 길과 울창한 나무 그늘, 그리고 물결 따라 부는 산들바람은 걷는 이에게 큰 위로를 전한다. 특히 새벽이나 해 질 녘 시간대에 방문하면, 호수 위에 잔잔히 깔린 안개와 붉게 물드는 하늘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칠갑호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간단한 쉼터와 나무 데크가 있어, 걷다가 앉아 쉬며 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누구와 조용한 대화를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또한 칠갑호는 계절마다 분위기가 달라진다. 봄에는 버드나무가 푸르게 자라나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빛과 함께 연꽃이 피며, 가을에는 단풍이 호수를 붉게 물들인다. 그 어떤 때라도 자연은 늘 그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속삭이고 있다.
목면지구 벽화마을, 정겨운 골목길이 주는 소소한 감동
청양군 목면 화성리에 위치한 목면지구 벽화마을은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 ‘소박함’이 이 마을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한때 폐교된 초등학교 자리에 조성된 이 마을은, 지금은 마을주민들과 예술가들의 손길로 조금씩 변화하며 조용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벽화마을의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담벼락에는 옛 교과서 그림, 시골 아이들의 놀이 장면, 그리고 정겨운 농촌 풍경들이 그려져 있어 걷는 내내 미소가 번진다.
관광객의 발길이 드문 덕분에, 이곳에서는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거나, 마을 아이들의 장난기 어린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가끔은 담장 옆에 앉아 있는 노인이 “어디서 왔어유?” 하고 말을 건네오기도 한다. 이런 일상적인 순간들이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벽화만 보고 지나치기엔 아까운 마을 분위기 덕분에, 일부 여행자들은 아예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묵으며 마을 속에 머무르기도 한다. 눈길 닿는 곳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이 마을은,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멈춤’이라는 선물을 준다.
청양 읍내 전통시장, 조용한 장터 속에서 만나는 사람 냄새
청양군의 중심지인 청양읍에는 대형마트나 쇼핑센터 대신 소박한 전통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외지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역민들에게는 여전히 삶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신선한 채소, 직접 담근 장류, 계절별 제철 나물 등 다양한 품목들이 진열되어 있고, 상인들의 손길이 바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시장 내에는 특히 조용한 국밥집과 분식집들이 숨겨져 있는데, 관광지 식당과 달리 오랜 단골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대표적으로 3천 원짜리 잔치국수, 진한 국물의 소머리국밥, 즉석에서 부쳐주는 파전 같은 메뉴들은 부담 없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깊은 맛으로 기억에 남는다.
가끔은 상인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청양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이건 아침에 땄어요”, “여기 된장은 내가 직접 담갔지요” 같은 말 한마디에 담긴 진심은 그 어떤 맛집 리뷰보다 강한 인상을 남긴다.
조용한 장터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느끼고, 청양의 일상을 경험하고 싶다면 전통시장만큼 좋은 곳은 없다. 이곳에서는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특별한 정취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마무리하며
청양은 매운고추축제로만 기억되기에는 너무나 섬세하고 따뜻한 공간들을 품고 있다. 조용한 식물원에서 자연과 마주하고, 호숫가를 걷다가 사색에 잠기고, 오래된 마을 골목길에서 삶의 흔적을 느끼며, 소박한 장터에서 사람 냄새 나는 대화를 나누는 것. 이것이 진짜 청양 여행의 묘미다.
성수기의 화려함과 이벤트 뒤편에 숨겨진 이 조용한 스팟들은 당신에게 잔잔한 감동과 긴 여운을 선물할 것이다. 다음에 청양을 찾는다면 축제 일정만 보지 말고, 그 축제의 그림자 아래에서 피어난 조용한 장소들을 천천히 걸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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